“있잖아요, 아무로 씨.” “네, 라키아.” “당신이 다 죽어가는 날 살려준 게 이번이 두 번째잖아요.” 그렇죠. 아무로 토오루는 어느새 떠날 채비를 마치고 그를 돌아보는 이에게 답했다. 이름은 라키아, 나이는 스물아홉, 어딘가 위험한 조직에서 일하고 있음. 고작 두 번의 만남으로 알게 된 정보는 이것이 다였다. 아무로는 낯선 보살핌에 어색해하던 라키아를 떠올리며 삐죽 튀어나온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라키아가 민망한 듯 볼을 긁고 입을 열었다. “…다음에 세 번째로 만날 일이 생기면, 그때는 진짜 이름으로 불러줄래요?” “역시, 라키아가 본명이 아니었던 거죠?” “당연하죠. 지금은 그 이름으로만 불리고 있지만. 진짜 이름은 그때 알려줄게요. 잘 있어요, 아무로 씨. …고마웠어요.” 처음 보여주는 미소와 함..
회의실에 들어온 유즈는 종이 한 장을 탁자 위에 펼쳤다. 매우 간결한 문장 몇 개가 적힌 종이에서는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야마토가 그것을 들고 천천히 읽었다. 다시 돌아가는 무대는 아주 즐거울 거야. 그렇지? 미즈하라みずはら 형사님. 여름 휴양지가 유명한 중앙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3년 전처럼 해보는 건 어떨까? 이번에 도망치는 것은 용납하지 않아. 도망친다면, 그건 그거대로 재밌겠지만. “도망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라….” “이게 경시청으로 날아온 편지예요. 아무래도 나가노일 것 같아서 보냈던 협조 공문이 채 도착하기도 전에 와봤는데… 보란 듯이 범행을 이미 저질렀더군요.” “그러네요…. 나가노현에는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카루이자와가 있으니까요.” “맞아! 나도 어릴 때 아빠랑 카루이자..
“미즈하라… 유… 유우린? 이거 뭐라고 읽, …나요…?” 치바는 갑자기 싸해진 사무실의 분위기를 뒤늦게 알아채고 얼굴 가득 의문을 띄웠다. 아리송한 치바와 달리 창백한 얼굴의 다카기가 그의 팔을 붙잡고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슬쩍 보인 사토와 시라토리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다급한 손길에 어영부영 끌려 나온 치바가 파일을 흔들었다. 이거 아직 들고 있, 쉬이이잇!!!!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다카기를 보고 치바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다카기는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기고서야 치바의 팔을 놓아주었다.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얼굴과 조금 전 수사 1과의 분위기를 번갈아 가며 머리에 담은 다카기가 한숨을 쉬었다. “하필이면 치바가 그걸 집어서 볼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대체 뭔..